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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바이버라이크의 재미는 어디서 오는가: 전투편

Devlog · 2026.05.22

서바이버라이크의 재미는 어디서 오는가: 전투편

게임 개발을 시작한 이후로 줄곧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질문이 하나 있다.

서바이버라이크의 재미는, 정확히 어디에서 비롯되는가?

시초가 된 뱀파이어 서바이벌 이후 같은 장르의 게임이 셀 수 없이 출시되었다. 그런데 그중에는 매 순간 박진감이 흘러넘치는 작품이 있는가 하면, 의외로 지루하게 느껴지는 작품도 있다. 적은 그저 플레이어를 향해 다가오는 단순한 로직 위에 서 있을 뿐인데, 왜 이렇게 다른 경험을 주는 걸까.

오랜 시간 분석해 본 결과, 재미있는 서바이버라이크에는 공통된 특징이 있었다.

1. 적의 움직임의 디테일

2. 적을 처치하는 순간의 쾌감

3. 카지노 머신처럼 피치가 점점 올라가는 사운드, 혹은 듣기 좋은 ASMR 같은 사운드

이 외에도 상자를 부수며 안의 아이템을 기대하는 재미, 자석으로 한꺼번에 빨려 들어온 불씨가 폭발적인 레벨업을 만드는 광경을 바라보는 즐거움 등이이 있다. 다만 이번 글에서는 가장 큰 축에 해당하는 항목 중에서도 적의 움직임의 디테일일에 집중해 보려 한다. 나머지 두 가지는 다음 편에서 이어 가겠다.


1. 적의 움직임의 디테일

1) 도망갈 길은 항상 한두 곳

재미있는 서바이버라이크에는 공통된 장면이 있다. 적들 사이에 둘러싸인 플레이어가 빠져나갈 수 있는 길이 늘 한 곳, 많아야 두 곳뿐인 상황이다. 잘 만들어진 게임들은 이러한 상황이 쉴틈 없이 전개된다. 적은 천천히 다가오는데도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이 긴장감은, 결국 정확한 스폰 밀도플레이어 적의 속도 차이 위에서만 성립한다.

이 두 변수는 이론으로 풀 수 있는 게 아니다. 결국 여러 차례 직접 플레이하면서 매 순간 박진감이 나오는 최적값을 찾아 들어가는 수밖에 없었다.

2) 몰이사냥

움직임을 구현하면서 가장 골치 아팠던 문제는 몰이사냥이었다.

플레이어가 적보다 빠른 이상, 적과 정면으로 부딪치지 않고 한 방향으로만 계속 이동하면 반대편에는 적이 그대로 쌓이게 된다. 결과적으로 적에게 둘러싸이는 압박감 없이 쉽게 클리어가 가능해진다.

처음에는 무한 맵 방식으로 반대편으로 순간이동 시키면 해결될 줄 알았는데, 실제로 해 보면 단순 이동많으론 많이 부족하다.

여러 트릭을 거쳐 정착한 방식은 다음과 같다.

  • 적은 플레이어가 이동하는 방향의 반대편에서만 스폰시킨다.
  • 특정 거리 밖에 존재하는 적은 제거하거나, 플레이어 적의 분포가 적은 곳 혹은 플레이어 이동의 반대방향으로 옮긴다.

* 이때 제거하는 이유는 성능상 적 스폰 수에 제한이 있기 때문이다.

  • 옮길 때는 단순한 좌우 대칭이 아니라 넓게 산개시켜, 다양한 각도에서 다시 압박이 들어오게 한다.

작은 차이지만, 이 한 끗이 "박진감 있는 포위"와 "지루한 몰이 사냥"을 가른다.

3) 같은 적도 움직임이 달라야 한다

뱀파이어 서바이벌에는 없지만, 로그 제네시아홀 오브 토먼트에는 적의 움직임에 변주가 있다.

  • 홀 오브 토먼트는 지그재그로 다가오거나, 플레이어 곁에 바로 붙지 않고 플레이어와와 일정 거리를 두며 분포도를 유지시키는 방식을 쓴다.
  •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로그 제네시아의 적 움직임이었다. 같은 종류의 몬스터라도 어떤 개체는 한쪽 방향으로만 이동하고, 어떤 개체는 마치 정찰을 하듯 반대 방향으로 가다가 플레이어를 발견하면 추격해 온다. 단순히 다가오는 적이 아니라, 플레이어의 동선을 방해하는 적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방식은 결과적으로 화면에 적이 가득차 보이게 만들거나 유저에게 새로운 압박감을 선사하여, 플레이어로가 긴장의 끊을 놓치지 않도록 하였다. 나는 이 방식을 게임에도 적극적으로 채용했다. 사실 이 미묘한 차이를 알아채는 데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는데, 막상 적용해 보니 이 작은 움직임의 차이가 만드는 효과는 생각보다 훨씬 컸다.

4) 스폰 순서가 만드는 지속감

마지막으로, 스폰 순서 자체도 움직임 못지않게 중요한 축이다.

한 무리가 정리되기 직전에 다음 엘리트가, 그것이 정리되기 직전에 또 다른 특수 몬스터가 등장하는 식으로 틈을 절대 비우지 않는 흐름이 만들어졌을 때, 플레이어는 한 판이 끝날 때까지 손을 떼지 못한다.

특히 적절한 타이밍에 빠른 이동속도를 가진적이나 위협 적인 적의 스폰을 섞어 준다면, 전투의 긴장감은 끊임없이 조였다 풀렸다를 반복하며 플레이어를 끝까지 몰입시키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감정의 변화들이 무의식적으로 쌓이면서 유저에게 좋은 플레이 경험을 남기게 된다.